소 엉덩이에 '눈 모양' 그렸더니 4년간 실제 벌어진 '놀라운 결과'

BY 하명진 기자
2026.04.15 10:58

애니멀플래닛Bobby-Jo Photography


아프리카의 드넓은 초원,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들의 엉덩이에 기묘한 눈동자 문양이 새겨져 있습니다. 언뜻 보면 장난처럼 보이는 이 그림은 사실 굶주린 사자의 공격으로부터 소중한 가축을 지키기 위한 과학적이고도 치밀한 연구의 산물입니다. 


최근 소 엉덩이에 그린 '눈 모양'이 지난 4년간 맹수의 습격을 획기적으로 차단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어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UNSW) 연구팀은 아프리카 보츠와나의 오카방고 삼각주 지역에서 4년에 걸쳐 대규모 실증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연구팀은 총 2,061마리의 소를 세 그룹으로 나누어 방목 환경에 두었습니다. 첫 번째 그룹에는 엉덩이에 실제 눈과 흡사한 그림을 그렸고, 두 번째 그룹에는 단순한 십자(+) 표시를, 마지막 그룹은 아무런 처리를 하지 않은 채 경과를 지켜보았습니다.


애니멀플래닛Bobby-Jo Photography


실험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4년 가까운 관찰 기간 동안, 엉덩이에 눈 그림이 그려진 683마리의 소는 사자에게 단 한 마리도 잡아먹히지 않는 '생존율 100%'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아무런 표시가 없던 대조군 835마리 중에서는 15마리가 희생되었으며, 단순 십자 표시를 한 543마리 중에서도 4마리가 맹수의 습격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이 같은 마법 같은 결과의 핵심은 사자나 표범 같은 상위 포식자들의 사냥 습성에 있습니다. 이들은 매복 후 기습하는 방식을 선호하는데, 사냥감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자신의 위치가 탄로 났다'고 판단하여 사냥을 포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소 엉덩이에 그려진 '가짜 눈'이 포식자에게 강렬한 시각적 압박을 주어 공격 의지를 꺾어버린 셈입니다.


애니멀플래닛Bobby-Jo Photography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값비싼 울타리나 살상 무기 없이도 인간과 야생동물이 공존할 수 있는 저비용·고효율의 해법을 제시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맹수의 본능을 역이용한 집사들의 지혜가 멸종 위기 동물인 사자를 죽이지 않고도 가축을 보호하는 평화로운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하명진 기자 [zipsa@animalpla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