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기사님들도 "스타벅스 배달 안 갑니다" 뿔났다, 대국민 사과문도 안 먹히는 이유
행안부 스타벅스 불매 선언에 관가 자제령 확산 / pixabay
매일 마시던 스타벅스 아이스 아메리카노인데 요즘 광화문이나 세종시 정부청사 근처 매장들은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아요.
심지어 청사 안에서는 스벅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것조차 눈치가 보인다는 말이 나오는데요.
공무원들뿐만 아니라 길거리에서 자주 뵙는 배달 기사님들까지 스벅 커피는 배달하지 않겠다며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도대체 며칠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이해하기 쉽게 하나씩 짚어드릴게요.
◆ 행사 포스터에 적힌 문구 하나가 화근
행안부 스타벅스 불매 선언에 관가 자제령 확산 / pixabay
이야기는 스타벅스 코리아가 새로 나온 텀블러를 홍보하기 위해 이벤트를 열면서 시작됩니다.
스타벅스는 지난 5월 18일에 맞춰 행사를 진행하며 탱크데이, 책상에 탁 같은 단어들을 사용했어요.
그런데 이 날짜와 단어들이 하필이면 우리 국민들에게 가장 가슴 아픈 역사적 사건들을 연상하게 만들었습니다.
5월 18일은 광주에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수많은 시민들이 용감하게 맞섰던 날인데, 당시 계엄군이 탱크를 몰고 들어와 큰 상처를 남겼던 아픔이 있거든요.
여기에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는 과거 민주화 운동을 하던 대학생이 경찰 조사를 받다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을 때 당시 정부가 거짓말을 하며 내뱉었던 조롱 섞인 해명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이 문구를 본 시민들이 역사를 장사 수단으로 가볍게 소비했다며 크게 분노한 것이죠.
◆ 대통령의 비판과 정부의 공식적인 손절
행안부 스타벅스 불매 선언에 관가 자제령 확산 / pixabay
이 사실이 온라인을 통해 빠르게 퍼지자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공동체의 민주주의 가치를 무시한 행태라며 아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곧바로 나라 살림과 공직 문화를 담당하는 행정안전부의 윤호중 장관도 나섰는데요.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21일 SNS를 통해 "이번 사안을 계기로 행안부는 민주주의의 역사와 가치를 가볍게 여기거나 상업적 소재로 활용한 기업의 상품은 제공하지 않겠다"라며 사실상 불매를 선언했습니다.
앞으로 정부 기관에서 설문조사나 이벤트를 할 때 국민들에게 선물로 주던 스타벅스 기프티콘을 전면 제외하겠다고 선언한 것.
행안부 스타벅스 불매 선언에 관가 자제령 확산 / x_@dpcorea
민주주의 역사를 가볍게 여기는 기업의 상품은 쓰지 않겠다는 일종의 공식적인 경고였죠.
실제로 청사 안에서는 직원들이 쓰던 스벅 굿즈를 버리거나 커피를 사러 갈 때 주변 시선을 의식하는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전국공무원노조에서도 조합원 생일 선물이나 축하용으로 스벅 모바일 쿠폰을 주지 말자는 공문을 돌렸을 정도니까요.
관가와 노동계에 따르면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5·18민주화운동 폄훼 등 혐오마케팅 논란 스타벅스 불매 동참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배포하고 전체 지부에 스타벅스 이용 중단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 배달 거부로 이어진 분노와 회사의 대처
행안부 스타벅스 불매 선언에 관가 자제령 확산 / pixabay
현장에서 발로 뛰는 배달플랫폼노조 기사들도 역사 모독이 담긴 커피는 나르지 않겠다며 배달 거부를 선언하고 나섰습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동조합은 지난 21일 성명을 내고 5·18 광주민중항쟁을 모독한 스타벅스를 규탄하며 불매·배달 거부를 선언한다고 밝혔습니다.
광주에 가족을 둔 조합원들도 많은 만큼, 시민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를 다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신세계그룹의 정용진 회장은 즉각 대국민 사과문을 올리고 행사를 총괄하던 스타벅스 대표를 바로 해임하는 초강수를 뒀습니다.
하지만 이미 돌아선 소비자들의 마음은 쉽게 열리지 않고 있어요. 커뮤니티에는 스타벅스 선불카드에 남은 돈을 다 돌려받았다는 탈벅 인증 글이 끊이지 않고 올라옵니다.
아무리 맛있는 커피라도 국민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선을 넘으면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번 스벅 대란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행안부 스타벅스 불매 선언에 관가 자제령 확산 / 스타벅스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