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보다 앞섰던 2억 4천만 년 전의 최강 포식자, 진짜 왕은 따로 있었습니다

BY 장영훈 기자
2026.07.11 11:53

날카로운 이빨과 장갑을 두른 몸, 공룡 출현 1000만 년 전의 지배자


애니멀플래닛신종 포식자 타인라쿠아스크스 베라틀 / Caio Fantini


다들 지구의 옛날 지배자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티라노사우루스 같은 거대한 공룡을 먼저 떠올리시죠? 저도 당연히 그런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학계에 보고된 한 연구 결과를 보고 정말 깜짝 놀랐어요. 공룡이라는 존재가 지구상에 발을 디디기도 전에, 이미 온몸에 단단한 장갑을 두르고 육지를 주름잡던 괴물이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막상 내용을 깊게 파고드니까 더 흥미진진했습니다. 외형은 영락없는 공룡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유전자와 뼈의 계통을 따라가 보니 지금 우리가 아는 '악어'의 머나먼 조상이었다는 반전이 숨어 있었거든요.


솔직히 악어가 공룡보다 먼저 지구의 정점에 있었다는 사실, 상상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도 처음엔 믿기 어려웠는데, 발굴된 증거들이 너무 명확해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놀라운 옛날이야기를 끝까지 찾아봤습니다.


◆ 진짜 뼈를 맞춰보니 드러난 예상 밖의 실체


애니멀플래닛신종 포식자 타인라쿠아스크스 베라틀 / Rodrigo Temp Müller


이야기는 브라질 남부의 '리오그란데도술'이라는 지역의 한 작은 마을에서 시작됩니다. 연구팀이 단단한 암석 속에서 무언가의 뼈를 발견하고 조심스럽게 흙과 돌을 긁어내기 시작했대요.


하악골과 척추, 그리고 골반 뼈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던 순간, 현장에 있던 고생물학자들은 직감했다고 합니다. 이건 지금까지 인류가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새로운 생명체라는 걸 말이죠.


이름은 '타인라쿠아스크스 베라틀'이라고 붙여졌습니다. 이 고대 전사의 핵심 스펙을 한눈에 보기 편하게 표로 정리해 드릴게요.


애니멀플래닛이해를 돕기 위해 만든 AI 생성 이미지



생각보다 아주 거대하진 않지만, 오히려 날씬하고 유연한 몸 덕분에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사냥감을 몰아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조금 의외였던 점이 있습니다.


생긴 건 정말 쥬라기 공원에 나오는 소형 육식 공룡처럼 생겼는데 골반 구조와 허벅지 관절을 분석해 보니 공룡과는 진화의 길 자체가 아예 다른 '위악류(악어 계통)'로 밝혀졌다는 사실입니다.


겉모습만 보고 섣부르게 판단하면 안 된다는 걸 이 고대 생명체가 몸소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 과학자들이 브라질과 아프리카 지도를 겹쳐본 이유


애니멀플래닛신종 포식자 타인라쿠아스크스 베라틀 / Rodrigo Temp Müller


이 '전사'가 살았던 시대는 지금으로부터 약 2억 4천만 년 전인 삼첩기(트라이아스기)입니다. 공룡이 지구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시기보다 무려 1000만 년이나 앞선 시대죠.


많은 사람이 공룡 이전의 지구는 그저 텅 비어있거나 하등한 생물만 살았을 거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저도 이 대목에서 가장 놀랐는데, 공룡이 없던 그 시절에도 이미 먹고 먹히는 치열한 생태계의 왕좌의 게임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더 재밌는 사실이 하나 더 있습니다. 연구팀이 이 녀석의 뼈를 정밀 분석하다 보니, 멀리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발견됐던 고대 생물의 화석과 친척 관계라는 게 밝혀졌습니다.


애니멀플래닛신종 포식자 타인라쿠아스크스 베라틀 / Caio Fantini, Rodrigo Temp Müller, Mauricio Garcia


아니, 브라질과 아프리카는 바다를 사이에 두고 엄청나게 멀리 떨어져 있는데 어떻게 친척 관계일 수 있을까요? 정답은 바로 '판게아'에 있었습니다.


당시 지구의 대륙들은 지금처럼 떨어져 있지 않고 하나로 뭉쳐진 거대한 초대륙 상태였거든요. 바다가 없었으니 이 녀석들은 브라질에서 아프리카까지 넓은 땅을 자유롭게 걸어 다녔던 겁니다.


지금 지도를 보면 도저히 상상하기 힘든 그림이라 그런지, 저는 이 부분이 굉장히 신기하면서도 묘한 감동이 밀려오더라고요.


◆ 흙 속에서 찾은 희망과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


애니멀플래닛신종 포식자 타인라쿠아스크스 베라틀 / Caio Fantini


사실 이번 신종 화석에 '베라틀(전사)'이라는 이름이 붙은 데에는 뭉클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숨어 있습니다.


화석이 발견된 브라질 리오그란데도술 지역은 최근 엄청난 홍수 피해를 입어 많은 주민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해요.


연구를 이끈 뮤러 박사는 과거 지구를 지배했던 강력한 포식자의 화석을 정리하면서 수억 년의 세월을 버텨낸 뼈처럼 지금 고통받는 주민들도 전사 같은 불굴의 정신으로 이 위기를 이겨내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름을 지었다고 합니다.


단순한 과학적 발견을 넘어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따뜻한 시선이 느껴져서 마음이 찡해졌습니다.


애니멀플래닛신종 포식자 타인라쿠아스크스 베라틀 /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생각해보면 지구의 역사 속에서 '영원한 지배자'는 단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 옛날 땅을 호령하던 이 단단한 악어 조상들도, 그 뒤를 이은 거대한 공룡들도 결국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무대 뒤로 사라졌으니까요.


막상 화석 연구가 더 진행되면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또 다른 지구의 주인이 튀어나올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수억 년 전 단단한 등껍질을 뽐내며 대륙을 달리던 이 전사의 모습을 상상해 보니, 지금 우리가 겪는 고민이나 세상의 변화는 어쩌면 아주 작은 점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만약 여러분이 2억 4천만 년 전의 지구로 돌아간다면 공룡보다 무서운 이 고대 악어를 마주했을 때 과연 살아남을 수 있으셨을 것 같나요? 아니면 이 넓은 판게아 대륙을 가로질러 어디로 도망치셨을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장영훈 기자 [hooon@animalpla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