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기가 오면 남쪽으로 가야 해" 1만 년 전 사자들이 나누었던 슬픈 사랑 이야기

BY 장영훈 기자
2026.07.12 08:10

알고 보니 진짜 친척? 멸종된 괴물 사자가 지금 사자에게 남긴 뜻밖의 유산


1만 3천 년 전 멸종된 고대 '호라아나 사자'의 DNA에서 현대 사자의 유전적 흔적이 발견되었습니다. 빙하기마다 남쪽으로 내려와 사랑을 나눴던 사자들의 숨겨진 로맨스와 인류로 인해 끊어진 슬픈 연결고리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냅니다.


애니멀플래닛이해를 돕기 위해 만든 AI 생성 이미지


얼마 전에 인터넷을 보다가 정말 신기한 그림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아주 오래전 선사시대 사람들이 동굴 벽면에 그려놓은 사자 그림이었는데요.


우리가 흔히 아는 사자랑은 조금 다르게 생겼더라고요. 목 주변에 풍성한 갈기도 없고, 덩치는 지금 사자보다 훨씬 커 보였습니다. 바로 '호라아나 사자(동굴 사자)'라는 녀석입니다.


약 1만 3천 년 전에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진 줄 알았는데, 최근 과학계에서 정말 흥미로운 사실을 발표했더라고요.


솔직히 처음에는 그냥 흔한 고고학 뉴스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세계적인 학술지 'Cell'에 실린 연구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소름이 돋을 정도로 가슴 먹먹한 반전이 숨어 있었습니다.


이 거대한 고대 사자들의 몸속에,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현대 사자의 조상 DNA가 고스란히 남아있었다는 겁니다. 도대체 그 옛날 시베리아 얼음 땅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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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0만 년 전 갈라진 두 사자, 외모와 스펙부터 달랐다


흔히 고대 동물이라고 하면 지금의 동물들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에 살았던 남남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으니까요.


기존 과학계에서도 이 호라아나 사자와 지금의 사자가 아주 가까운 친척쯤 될 거라고만 막연하게 추측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스웨덴 스톡홀름 대학교 연구팀이 시베리아와 알래스카에서 발견된 고대 사자 12마리의 화석을 모아 유전자를 해독해 버렸습니다. 그리고 지금 살아있는 사자들과 전격 비교를 해봤죠.


생각보다 두 녀석은 외모부터 꽤 달랐습니다. 글만 보면 복잡하니까, 한눈에 들어오게 싹 정리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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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표로 비교해 보니 체급부터 다른 게 실감이 나시나요? 두 사자가 한 조상에서 완전히 갈라져 나온 건 무려 150만 년 전이었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아득한 옛날에 이미 각자의 길을 가기 시작한 거죠.


그런데 여기서 소름 돋는 반전이 하나 있습니다.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다르게 진화했고 덩치도 다른데, 어떻게 서로의 몸속에 유전자를 남길 수 있었을까요?


◆ 혹독한 빙하기가 찾아오면 시베리아 사자들은 남쪽으로 달렸다


그 비밀은 바로 지구의 '날씨'에 있었습니다. 지구는 아주 오랜 세월 동안 엄청나게 추운 '빙하기'와 비교적 따뜻한 '간빙기'를 반복해 왔잖아요?


사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도 넓게 보면 빙하기 사이에 끼어있는 따뜻한 시기일 뿐입니다. 막상 찾아보니 이 사자들의 생존 방식이 참 눈물겹더라고요.


시베리아에 살던 거대한 호라아나 사자들은 얼음이 온 대지를 뒤덮는 혹독한 빙하기가 찾아오면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살기 위해 점점 따뜻한 남쪽으로 내려오기 시작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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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경과 종을 초월한 만남, 추울 때마다 더 깊어졌던 흔적들


남쪽으로, 남쪽으로 내려오다가 지금의 중앙아시아나 남서아시아 부근까지 도달했을 때, 그곳에 원래 살고 있던 현대 사자의 조상들과 딱 마주치게 된 겁니다.


"어? 나랑 다르게 생겼는데… 은근히 끌리네?"


그렇게 두 종류의 사자는 혹독한 추위를 피해 내려온 남쪽 땅에서 만나 사랑을 나누고 새끼를 낳았습니다. 연구팀이 분석해 보니 유독 날씨가 혹독하게 추웠던 빙하기 시절의 화석일수록 현대 사자의 유전자 비율이 훨씬 높게 나왔다고 해요.


날씨가 추워질 때마다 두 사자의 은밀한 만남이 더 잦아졌다는 증거인 셈이죠.


서로 다른 종으로 갈라진 지 100만 년이 넘었지만, 대자연의 시련 앞에서는 그저 같은 아픔을 공유하는 동반자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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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세기 초반 인간들의 무자비한 사냥으로 끊어진 두 사자의 연결고리


하지만 여기에는 참 안타까운 한 가지 반전이 있습니다. 빙하기가 찾아올 때마다 시베리아 사자들에게 따뜻한 품을 내어주고 유전자를 나누어주었던 그 남서아시아의 사자 무리들, 지금은 어디에 있을까요?


의외였던 건, 이들이 아주 최근까지도 지구상에 존재했었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20세기 초반에 접어들면서 우리 인간들의 무자비한 사냥으로 인해 지구상에서 완전히 박멸당해 사라졌습니다.


수백만 년 동안 대자연의 기후 변화도 갈라놓지 못했던 두 사자의 깊은 연결고리가, 결국 인간의 총칼에 의해 툭 끊어져 버린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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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 변화에 인간의 손길이 더해져 맞이한 호라아나 사자의 최후


결국 호라아나 사자 자체도 약 1만 3천 년 전, 급격한 기후 변화로 먹이가 줄어든 데다가 불어난 인류가 마지막 남은 개체들까지 사냥하면서 멸종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날씨 때문에 사라진 게 아니라, 인간의 손이 닿으면서 완전히 종말을 맞이한 거죠. 글을 다 읽고 나니 참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우리 주변에서 사라져가는 동물들도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수백만 년의 위대한 역사를 몸속에 품고 있는 중일지도 문득 모릅니다.


만약 여러분이 그 시절 남쪽 땅에서 만난 두 사자였다면, 서로를 향해 어떤 눈빛을 보냈을까요?


단순한 동물들의 이종교배 이야기를 넘어, 지구의 역사와 인간의 이기심에 대해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되는 밤입니다.

장영훈 기자 [hooon@animalpla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