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불치에 가까운 희귀 혈액병을 앓으며 삶의 벼랑 끝에 서 있던 두 살배기 어린 딸이 세상을 떠날 때 외롭거나 무섭지 않도록, 손수 판 흙구덩이에 딸을 품에 안고 누워 함께 시간을 보내던 한 아버지가 마침내 9년이라는 세월을 지나 환한 미소를 되찾았습니다.
절망의 끝에서 기적처럼 성공한 줄기세포 수술 덕분에 아이는 눈부시게 건강해졌고, 죽음을 준비하며 아버지가 눈물로 팠던 차가운 무덤 자리에는 노란 해바라기가 활짝 피어난 기적의 꽃밭이 되었습니다.
중국 쓰촨성 네이장 출신의 어린 소녀 장신레이는 태어난 지 겨우 2개월 남짓 되었을 무렵, 몸속 헤모글로빈이 정상적으로 만들어지지 않는 선천성 난치병인 '중증 지중해빈혈'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 병은 주기적으로 타인의 피를 수혈받지 않으면 생명을 유지하기 어려운 위험한 질환이었습니다. 하루하루 고통스러운 수혈을 이어가야 했지만, 유리공장에서 푼돈을 벌며 하루하루를 버티던 아버지 장리융 씨의 얄팍한 월급으로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병원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2년 동안 모아둔 전 재산을 털어 넣고 이웃들의 빚까지 끌어다 썼으나, 결국 가족의 통장은 완전히 바닥을 드러냈고 더는 약값조차 구할 수 없는 참담한 현실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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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병원 문턱을 넘을 돈이 없자, 아버지는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 속에서 2017년 6월 자신의 밭 한구석에 곡괭이를 들고 직접 구덩이를 파기 시작했습니다.
무덤의 형태를 갖추자 그는 아직 죽음의 의미조차 모르는 어린 딸의 손을 잡고 구덩이 안으로 내려가 나란히 누웠고, 장난감을 건네며 다정하게 놀아주었습니다.
자신들의 곁을 먼저 떠나 홀로 땅속에 묻히게 될 딸이, 그 마지막 안식처를 조금이나마 덜 낯설고 덜 무서운 놀이터로 기억해 주길 바라는 부정(父情)의 마지막 몸부림이었습니다. 아내는 무덤 곁에 아이를 살려달라며 간절한 애원이 담긴 팻말을 세웠습니다.
구덩이에 누운 부녀의 눈물겨운 사연이 세상에 알려지자 대륙 전역에서 따뜻한 온정의 손길과 성금이 쏟아졌고 정부의 지원도 이어졌습니다.
같은 해 기적처럼 태어난 여동생의 탯줄 혈액(제대혈)을 보관하는 데 성공한 가족은, 이를 통해 신레이에게 조혈모세포 이식 수술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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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장 8시간이 넘는 대수술과 힘겨운 회복 과정을 꿋꿋이 견뎌낸 신레이의 혈액 수치는 마침내 정상으로 돌아왔고, 매달 생명을 연장하듯 받아야 했던 고통스러운 수혈에서도 완전히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9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지금,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신레이는 활발하게 춤추고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건강한 초등학생으로 밝게 자라났습니다.
아버지는 과거 딸을 눕히며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던 그 슬픈 흙구덩이를 자신의 손으로 정성껏 메운 뒤, 하늘을 향해 밝게 웃는 해바라기 씨앗을 심어 아름다운 꽃밭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가장 깊은 절망이 피워낸 그 꽃밭을, 가족들은 지금도 온 가족을 살려낸 가장 소중한 '마법의 쉼터'라고 부르며 행복을 나누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