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날 데려가 줄 사람??"…자신이 입양됐다는 사실 뒤늦게 알아챈 유기견의 반응

BY 하명진 기자
2025.09.15 09:17

애니멀플래닛Saving Carson Shelter Dogs / 낯선 사람들 보고 잔뜩 겁먹은 유기견


차가운 철창 안, 온몸의 털이 바짝 서 있는 한 유기견이 있었습니다. 주인에게 버려진 아픈 기억 때문일까요. 


사람의 손길을 거부하는 눈빛, 잔뜩 움츠린 몸은 그동안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는지 짐작하게 했습니다. 


이름은 베니. 보호소에 들어온 순간부터 줄곧 희망을 잃은 채, 그저 차가운 바닥에 웅크리고만 있었습니다. 


애니멀플래닛Saving Carson Shelter Dogs / 낯선 사람들 보고 겁먹고 숨어버린 유기견


수많은 발소리가 오가고, 다른 강아지들이 새로운 주인을 만나 떠나갈 때도 베니는 그저 멀뚱히 서서 그 모습을 지켜볼 뿐이었습니다.


자신에게는 그런 기적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믿는 듯이 말입니다. 


그날도 베니는 평소와 다름없이 철창 구석에 몸을 숨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낯선 사람들이 자신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베니는 혹시나 또 다른 상처를 받을까 두려워, 잔뜩 겁을 먹은 채 숨을 죽였습니다. 어차피 자신을 데려갈 리 없다는 생각에, 굳이 고개를 들지도 않았습니다.


애니멀플래닛Saving Carson Shelter Dogs / 이름을 불러도 나오지 않는 유기견


바로 그때, 따뜻하면서도 힘이 느껴지는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컴온 베니, 컴온!" 그 부드러운 한마디가 차가운 철창을 뚫고 베니의 마음에 가닿았습니다. 


베니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따뜻한 부름에 귀를 쫑긋 세웠습니다. 그토록 닫혀있던 마음의 문이 '컴온'이라는 단어에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녀석의 굳어있던 표정에 미세한 변화가 찾아왔고, 조심스럽게 꼬리를 살랑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남자가 목줄을 들고 다가왔습니다. 여전히 경계심은 남아있었지만, 베니는 알 수 없는 이끌림에 이끌려 철창 문턱을 넘어섰습니다.


애니멀플래닛Saving Carson Shelter Dogs / 자신이 입양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챈 유기견


남자가 내민 목줄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베니의 모습은 마치 "이제서야 제 가족을 만났네요"라고 말하는 듯했습니다. 차가운 목줄이 따뜻한 인연의 끈으로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차가운 보호소 건물을 벗어나 바깥세상으로 나오자, 베니는 그동안 억눌렸던 감정을 주체할 수 없다는 듯 온몸으로 환희를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땅에 코를 묻고 풀과 흙냄새를 맡고, 껑충껑충 뛰어다니며 억눌려있던 자유를 만끽했습니다.


마치 이 순간을 평생 꿈꿔온 것처럼, 그 작은 몸은 기쁨으로 가득 차 보였습니다. 녀석의 눈동자에 어둠은 사라지고, 오직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와 설렘만이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애니멀플래닛Saving Carson Shelter Dogs / 입양된 사실에 기뻐서 행복해하는 유기견


베니의 이야기는 단순한 입양 영상이 아닙니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극복하고, 다시 사랑을 믿게 된 한 생명체의 감동적인 기록입니다. 


부디 모든 유기견들이 베니처럼 새로운 가족을 만나,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사랑을 다시금 발견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우리나라 2024년 농림축산식품부의 조사에 따르면, 한 해 동안 버려지는 유기동물은 약 10만 6천여 마리에 달합니다. 이는 지난 5년간 감소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심각한 수준입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들의 대부분이 새 삶을 찾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주인을 다시 만나는 경우는 12.3%, 입양되는 경우는 23.5%에 불과합니다. 


반면, 절반에 가까운 유기동물이 보호소에서 병들거나 안락사로 생을 마감합니다. 유기동물 보호 및 관리에 들어가는 막대한 세금 역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어, 유기동물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하명진 기자 [zipsa@animalpla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