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wildlifer
강가에 드리워진 콘크리트 벽 아래, 어둡고 잔잔한 수면 위로 거대한 악어 한 마리가 천천히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마치 주변의 물결처럼 조용하고 은밀하게, 악어는 길고 날카로운 이빨이 가득한 주둥이를 수면 밖으로 꺼냅니다.
이 육중한 파충류는 턱을 콘크리트 벽에 살짝 기댄 채, 머리를 하늘을 향해 높이 치켜들고 있습니다. 그 모습은 마치 자신이 노리는 먹잇감을 간절히 기다리는 듯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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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그 악어의 머리 위, 콘크리트 상판 위로 누군가의 존재가 나타납니다. 편안한 갈색 신발을 신은 남자의 발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더 흐르자, 그 남성에게 다가오는 듯한 여성의 발까지 보입니다. 이들은 강변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커플임이 분명합니다.
그들은 서로에게 집중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겠지만, 자신들의 바로 발밑에서 어떤 끔찍한 존재가 숨죽이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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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는 미동도 없이 그들이 조금 더 가까이 오기를, 혹은 부주의하게 몸을 내밀기를 간절히 바라는 듯 보입니다.
그러나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콘크리트 벽의 구조가 악어가 섣불리 뛰어오르거나 도약하여 덤벼들 수 있는 구조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악어의 머리 위는 단단하고 두꺼운 돌 지붕처럼 가로막혀 있어, 사람을 향해 직접적인 공격을 감행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onewildlifer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모른 채 평화로운 데이트를 즐기고 있는 남녀 커플의 바로 아래에,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냉혈한 포식자가 조용히 기회를 엿보고 있다는 이 상황 자체가 주는 공포감은 형언할 수 없습니다.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평범한 일상 공간 바로 밑에 도사린 소름 끼치는 위험의 그림자.
이처럼 극명하게 대비되는 평화와 공포의 순간이 보는 이에게 깊은 전율과 공포감을 선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