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achTou
넘실대는 강물은 평소와 다름없이 고요하였으나, 그 물속에서 펼쳐진 참혹한 광경은 대지의 제왕인 숫사자의 마음에 지울 수 없는 그림자를 드리웠습니다.
여러 마리의 암사자들을 거느리며 드넓은 사바나를 호령하던 위엄 있는 숫사자였지만, 그 순간만큼은 압도적인 무력감 앞에 무너져 내린 듯 보였습니다.
물가에서 순간적으로 튀어나온 거대한 악어가 자신의 무리 중 암사자 한 마리를 낚아채 물속으로 끌고 들어갔을 때, 숫사자는 그 엄청난 속도와 치명적인 힘 앞에서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었습니다.
악어의 강력한 턱에 붙잡혀 몸부림치던 암사자의 마지막 모습이 숫사자의 두 눈에 고스란히 박혀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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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사자는 흙이 묻은 둔덕 위에서 미동도 없이 그 비극적인 장면을 하염없이 응시하고만 있었습니다.
검은 갈기 아래로 드리운 그의 눈빛은 사냥감을 노릴 때의 냉정한 빛을 잃고, 지키지 못한 미안함과 깊은 슬픔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포효 한 번 하지 못한 채, 그의 굳게 다문 입술은 무언의 절규를 삼키는 듯했습니다.
숫사자의 주변을 맴돌던 다른 암사자들 역시 충격과 공포로 안절부절못하며 불안하게 거닐었지만, 그들 역시 물속의 맹수에게 도전할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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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치열한 정글에서, 사랑하는 무리를 지켜주지 못한 왕의 모습은 그 어떤 드라마보다도 서정적이고 가슴 아픈 장면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비록 맹수에게 감정을 이입하는 것이 무의미할지라도, 그 순간만큼은 그의 웅장한 침묵이 모든 것을 대변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슬픈 장면 뒤에는 야생의 냉철한 생존 전략이 숨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사자가 동료의 죽음을 지켜보면서도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첫째, 악어는 물속에서 사자보다 훨씬 우위에 있는 최상위 포식자이며, 강가 깊숙이 들어가는 것은 숫사자에게도 치명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무리 전체를 이끄는 숫사자가 스스로 위험에 빠지는 것은 무리의 생존 전략상 가장 피해야 할 행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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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동족의 죽음을 목격하는 행위는 남은 무리에게 경고가 되어 이후 물가에서의 행동을 조심하게 만드는 생존 교육 효과를 줄 수 있습니다.
셋째, 사자 무리는 보통 여러 암사자와 새끼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한 마리의 암사자 손실이 무리 전체의 생존에 막대한 영향을 주지는 않기 때문에, 불필요한 위험 감수를 피하는 이성적인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숫사자의 망설임은 지키지 못한 미안함보다는 무리 전체를 위한 냉혹한 책임감과 생존 본능에 따른 결과일 수 있다는 것이 야생동물학자들의 분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