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 감독의 신작 좀비 영화 '군체'가 쟁쟁한 할리우드 대작들을 제치고 흥행 돌풍을 일으킨 진짜 이유
영화 '군체' 포스터 / 쇼박스
요즘 극장가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갑니다. 영화가 끝나고 불이 켜졌는데 다들 자리를 떠나지 않고 스마트폰을 켜서 이상한 몸짓을 따라 하느라 바쁩니다.
인터넷에는 벌써 기괴한 춤 같은 영상들이 챌린지처럼 올라오기 시작했더군요. 도대체 어떤 영화길래 관객들이 이런 자발적인 행동까지 하는 걸까요?
박스오피스 판도를 완전히 뒤집어놓은 주인공은 바로 연상호 감독의 신작 '군체'입니다.
25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주말 사흘 동안에만 무려 128만 명의 관객을 끌어모으며 단숨에 압도적인 1위로 올라섰습니다.
영화 '군체' / 쇼박스
솔직히 올해 기대를 모았던 쟁쟁한 할리우드 대작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었는데 그걸 가볍게 누르고 정상에 직행한 모습이 꽤나 인상적입니다. 개봉한 지 4일 만에 벌써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고 하니 흥행 속도가 보통이 아닙니다.
이 영화를 직접 본 사람들의 평을 보면 재미있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다들 피가 튀는 잔인함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괴물들이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이른바 '업데이트' 장면에 소름이 돋았다고 말합니다.
단순한 시체들의 습격이 아닙니다. 이 부분에서 조금 이상했습니다. 괴물들이 지능을 갖고 인간처럼 진화하며 생존자들을 구석으로 몰아가는데, 그 서늘한 긴장감이 관객들의 발길을 제대로 붙잡은 모양입니다.
사실 이 신드롬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얼마 전 막을 내린 제79회 칸 영화제 현장에서도 난리가 났었으니까요. 영화가 끝나자마자 뤼미에르 대극장을 가득 채운 2,300여 명의 전 세계 영화인들이 일제히 일어났습니다.
영화 '군체' / 쇼박스
그러고는 무려 7분 동안 기립박수를 보냈습니다. 장르 영화를 깐깐하게 보는 외신 기자들조차 연신 감탄을 쏟아내며 호평을 이어갔습니다.
재미있는 건, 연상호 감독 스스로도 이런 뜨거운 반응을 예상하지 못해 걱정이 많았다고 합니다. 해외 관객들이 그저 킬링타임용 좀비물로만 소비하면 어쩌나 싶었던 거죠.
감독의 말을 빌리자면, 이 영화는 현대 사회의 집단적 사고와 AI에 대한 대중의 잠재적 두려움을 은유적으로 빗대어 만든 작품이라고 합니다.
다행히도 외신들이 그 날카로운 메시지를 정확히 짚어냈고, 감독 스스로도 "의도한 걸 그대로 질문해주어서 신기하고 기뻤다"며 안도감을 내비쳤습니다.
영화 '군체' / 쇼박스
여기에 10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배우 전지현의 압도적인 존재감과 구교환의 밀도 높은 서늘한 연기가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고 갑니다.
억지로 눈물을 짜내거나 감정을 구구절절 설명하는 구태의연한 방식은 없습니다. 철저히 고립된 건물 안이라는 숨 막히는 상황 속에서, 인물들의 행동을 통해 공포를 고스란히 전달합니다.
단순히 깜짝 놀라게 하는 호러를 넘어, 극장을 걸어 나오면서도 현대 사회에 대한 묘한 찝찝함과 여운을 남기는 영화 '군체'.
이제 막 본격적인 흥행 질주에 발동이 걸린 이 기묘한 작품이 과연 어디까지 기록을 깰 수 있을지 무척 궁금해집니다. 여러분은 이 진화하는 공포 속에서 어떤 현대 사회의 자화상을 발견하게 되실 것 같나요.
영화 '군체' / 쇼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