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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1,500원 안팎의 고공행진을 지속하는 가운데,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이른바 '서학개미'의 자금 흐름이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의 상승 탄력이 둔화한 상황에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험까지 고조되자, 고환율에 부담을 느낀 개인 투자자들이 신규 진입을 꺼리고 투자금을 회수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수지 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 비금융기업 등의 해외 주식 투자 규모는 -4억 2,490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이 수치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6월(-1억 6,810만 달러) 이후 10개월 만의 일입니다. 이로써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9개월 동안 이어지던 순투자 행진도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통계상 비금융기업 등의 수치는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 동향을 반영하는데, 마이너스 전환은 서학개미들이 해외 주식을 새로 매수한 금액보다 기존 주식을 팔아 자금을 국내로 들여온 규모가 더 컸음을 의미합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뜨거웠던 해외 투자 열기는 빠르게 식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1월 57억 1,020만 달러에 달했던 순투자액은 2월 35억 6,510만 달러, 3월 6억 3,720만 달러로 급감하더니 결국 4월 들어 순회수 국면으로 접어들었습니다. 불과 석 달 만에 투자 규모가 61억 3,510만 달러나 축소된 셈입니다.
이 같은 이탈의 핵심 원인은 단연 환율입니다. 환율이 1,500원 선에 육박하면 미국 주식을 살 때 원화 기준 매입 비용이 크게 늘어납니다.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있더라도 환차손 위험과 비싼 달러 가격 때문에 선뜻 매수에 나서기 어렵습니다. 여기에 빅테크와 반도체 중심의 해외 증시가 숨 고르기에 들어가면서 고환율을 감수할 만큼의 메리트가 약해졌습니다.
반면 국내 증시의 활황은 자금 유턴의 촉매제가 되었습니다. 코스피가 최근 8,000선을 돌파하는 강세장을 연출하면서, 환전 비용 부담이 없는 국내 시장으로 눈을 돌린 투자자가 늘어난 것입니다. 정부가 해외 자금의 유턴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한 '국내시장 복귀계좌(RIA)' 제도 역시 일정 부분 기여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그동안 개인들의 과도한 해외 투자가 원화 약세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많았으나, 4월을 기점으로 외환시장의 수급 부담은 서학개미가 아닌 '외국인 투자자' 쪽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최근 외국인들은 국내 주식을 대거 처분한 뒤 달러로 바꾸며 환율 상승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외국인의 거센 '팔자' 공세에 국내 증시도 크게 요동쳤습니다. 지난 5일 코스피는 하루 만에 5.54% 폭락한 8,160.59로 장을 마감했으며, 장 초반에는 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습니다. 코스닥 시장 역시 장중 한때 1,000선이 무너지는 수난을 겪었습니다. 외국인은 당일에만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 3,033억 원을 던졌으며, 20거래일 연속 매도세를 이어가며 총 70조 1,580억 원어치를 순매도했습니다. 서학개미의 달러 수요가 진정된 상황에서, 외국인의 이례적인 자금 이탈 행보가 향후 환율과 증시 향방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