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오리 주둥이를 가진 '12m' 괴물 공룡? 고생물학계를 발칵 뒤집은 신종 공룡

BY 장영훈 기자
2026.07.11 11:53

110년 동안 가짜 명찰을 달고 있었던 박물관 화석의 소름 돋는 반전


애니멀플래닛'백악기의 소'라 불리는 신종 오리주둥이 공룡 / 이해를 돕기 위해 만든 AI 생성 이미지


여러분은 박물관에 전시된 공룡 화석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시나요? 저는 당연히 '저기 적힌 이름이 맞겠지' 하고 의심 없이 믿었거든요.


그런데 그 믿음이 완전히 깨지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무려 110년 동안이나 엉뚱한 이름표를 달고 박물관 구석에 누워있던 화석이 있다고 합니다.


대한제국 시절 즈음에 땅속에서 나와서 지금까지 "나 이런 공룡이야" 하고 살았는데 이제 와서 "어? 너 그 공룡 아니네?" 하고 진짜 이름표를 찾은 겁니다.


이 드라마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은 7,500만 년 전 백악기 후기에 살았던 거대草식공룡인데요. 대체 무슨 사연이 있었길래 세기가 바뀌도록 정체를 숨기고 있었던 걸까요?


막상 내용을 파고드니까 생각보다 더 신기하고 재밌는 사실들이 가득하더라고요. 저도 처음엔 그냥 흔한 과학 뉴스인 줄 알았는데 읽다 보니 완전히 몰입해서 끝까지 찾아보게 됐습니다.


◆ 110년 만에 들통난 박물관 화석의 진짜 이름


애니멀플래닛'백악기의 소'라 불리는 신종 오리주둥이 공룡 / Harrisburg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이 사건의 시작은 19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미국 뉴멕시코주에서 엄청나게 큰 공룡 뼈들이 발굴됐어요.


당시 학자들은 이 화석을 보고 아주 흔하게 알려진 '크리토사우루스'라는 공룡의 일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이름표를 붙인 채 스미소니언 국립 자연사 박물관의 깊은 수장고 속에 보관되어 왔죠. 


그런데 뉴멕시코 자연사 과학박물관의 앤서니 피오릴로 박사 연구팀이 이 오래된 뼈들을 다시 꺼내서 최신 기술로 조사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180도 바뀌었습니다.


깨지고 불완전한 머리뼈랑 턱뼈, 척추뼈를 하나하나 다시 뜯어봤더니 의외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기존에 알던 녀석들과는 뼈 구조가 완전히 달랐던 거죠.


애니멀플래닛'백악기의 소'라 불리는 신종 오리주둥이 공룡 / Harrisburg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특히 코뼈 아랫부분에 독특한 모양의 뼛조각 벼슬이 있었다는 사실이 새로 밝혀졌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대목에서 소름이 돋더라고요.


기술이 발전하니까 110년 동안 아무도 못 보던 뼈의 미세한 특징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 겁니다. 


결국 이 공룡은 기존에 없던 세상에 단 하나뿐인 새로운 종류, 즉 '신속 신종'으로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연구팀은 이 녀석에게 '아시스레사우루스 위마니(Ahshislesaurus wimani)'라는 멋진 새 이름을 선물해 줬습니다. 


처음 발견된 뉴멕시코의 지명과, 옛날 공룡 연구의 개척자였던 위만 박사의 이름을 합쳐서 만든 이름이라고 하네요.


◆ 아기오리 입을 가진 12미터짜리 '백악기의 소'


애니멀플래닛'백악기의 소'라 불리는 신종 오리주둥이 공룡 / Harrisburg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그렇다면 이 아시스레사우루스는 대체 어떻게 생긴 공룡이었을까. 학계에서는 이 공룡이 속한 무리를 흔히 '카모노하시(오리너구리) 공룡' 또는 '하드로사우르스과'라고 부릅니다.


이름처럼 주둥이가 아기오리 부리처럼 넓적하고 평평하게 생긴 게 아주 귀여운 특징이죠. 하지만 덩치는 전혀 귀엽지 않습니다. 다 자라면 몸길이가 무려 12미터에 달하는 거구였다고 해요.


아파트 4층 높이만 한 녀석들이 무리를 지어 다녔다니, 상상만 해도 땅의 진동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학자들이 이 공룡을 부르는 또 다른 별명이 있는데, 그게 참 재밌습니다. 바로 '백악기의 소(Cow)'입니다.


오늘날 푸른 초원에 소들이 떼를 지어 살면서 풀을 뜯는 것처럼, 이 공룡들도 백악기 북미 대륙을 완전히 장악했던 엄청난 수의 초식동물이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풀을 먹는 장치도 엄청나게 진화해 있었습니다. 입안 깊숙한 곳에 '덴탈 배터리'라는 구조가 있었는데요, 무려 수천 개의 이빨이 겹겹이 쌓여있는 구조입니다.


아무리 질기고 딱딱한 백악기 식물이라도 맷돌처럼 싹 다 갈아버릴 수 있는 무시무시한 능력이었죠.


생각해보면 이 녀석들은 거대한 덩치를 유지하기 위해 하루 종일 숲과 습지를 돌아다니며 엄청난 양의 풀을 뜯어 먹었을 겁니다. 진짜 백악기의 거대한 소 무리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겠네요.


◆ 우리가 알던 백악기 생태계가 뒤집힌 진짜 이유


애니멀플래닛'백악기의 소'라 불리는 신종 오리주둥이 공룡 / 이해를 돕기 위해 만든 AI 생성 이미지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정말 중요한 반전이 있습니다. 이번 발견이 단순히 '새로운 공룡 이름 하나 추가됐다' 수준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많은 사람이 백악기 말기라고 하면 티라노사우루스나 트리케라톱스 같은 대표적인 공룡 몇 종류만 넓은 대륙을 독점하며 살았을 거라고 생각하잖아요? 저도 당연히 그런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비슷한 시기, 비슷한 지역에 생각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희귀한 공룡들이 빽빽하게 공존하고 있었다는 게 증명됐습니다.



애니멀플래닛이해를 돕기 위해 만든 AI 생성 이미지


이 덩치 큰 공룡들이 좁은 서식지 안에서 서로 겹치지 않고 어떻게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었는지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습니다.


먹는 식물의 종류가 조금씩 달랐을까요? 아니면 활동하는 시간이 달랐을까요?


막상 알고 나니 우리가 영화나 책에서 보던 옛날 지구의 모습보다 실제 백악기의 생태계가 훨씬 더 풍요롭고 복잡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전 세계 박물관 수장고 안에서 '잘못된 이름표'를 단 채 진짜 주인을 기다리는 화석이 아직도 수천 개는 더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하네요.


여러분이 만약 박물관에서 일하는 학자라면, 110년 된 화석을 다시 검사해 볼 생각을 하셨을 것 같나요? 끝없는 호기심이 없었다면 이 공룡은 영원히 다른 이름으로 묻혀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장영훈 기자 [hooon@animalpla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