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길이 25m의 괴물… 2억 년 전 바다를 지배한 '역대 최대 어룡'의 실체

BY 장영훈 기자
2026.07.11 11:53

"해안가 산책하다 주운 2m 뼈의 정체, 알고 보니 역대급 생명체였습니다"


애니멀플래닛공룡 시대의 막이 오르기 전 바다를 지배했던 최강 포식자 / Sergey Krasovskiy


다들 고대의 거대한 지배자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티라노사우루스 같은 육지 공룡을 먼저 떠올리시죠? 저도 당연히 그런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학계에 보고된 엄청난 발견을 보고 정말 온몸에 소름이 돋았어요.


우리가 흔히 아는 공룡들이 땅 위를 뛰어다니기도 전, 이미 바다 속에서 아파트 10층 높이만 한 크기로 헤엄치며 바다를 주름잡던 진짜 포식자가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막상 내용을 깊게 파고드니까 더 흥미진진했습니다. 외형은 거대한 공룡이나 물고기를 닮았는데 진화의 계통을 따라가 보니 지금 우리가 아는 '고래'와 너무나도 닮은 삶을 살았던 해양 파충류의 머나먼 조상이었다는 반전이 숨어 있었거든요.


솔직히 바다 속에 25미터짜리 괴물이 살았다는 사실, 상상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도 처음엔 눈으로 보고도 믿기 어려웠는데, 발굴된 증거들이 너무 명확해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놀라운 옛날이야기를 끝까지 찾아봤습니다.


◆ 진짜 뼈를 맞춰보니 드러난 예상 밖의 실체


애니멀플래닛Gabriel Ugueto


이야기는 영국 남서부 서머싯 주에 있는 '블루 앵커'라는 해안가 마을에서 시작됩니다. 연구팀이 해안가를 조사하다가 진흙과 바위 속에서 무언가의 뼈를 발견하고 조심스럽게 긁어내기 시작했대요.


그런데 긁어도 긁어도 끝이 안 나는 턱뼈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던 순간, 현장에 있던 고생물학자들은 직감했다고 합니다.


이건 지금까지 인류가 발견한 해양 파충류 중 가장 거대한 새로운 생명체라는 걸 말이죠. 이름은 '익티오타이탄 세베르넨시스'라고 붙여졌습니다. 이름이 조금 어렵죠?


발견된 세번 강 하구의 이름에 '거대함'을 뜻하는 타이탄을 더한 이름이래요. 이 고대 전사의 핵심 스펙을 메모장에 바로 복사해서 붙여넣을 수 있도록 아날로그 형태의 표로 정리해 드릴게요.


애니멀플래닛이해를 돕기 위해 만든 AI 생성 이미지


생각보다 너무 거대해서 처음에는 고래 화석인 줄 알았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조금 의외였던 점이 있습니다.


생긴 건 공룡 같지만 이들은 공룡과 아예 다른 파충류 계통인 '어룡(물고기 도마뱀)'으로 밝혀졌다는 사실입니다. 막상 이들의 진화 과정을 보면 소름 돋는 부분이 있습니다.


땅 위에서 살던 파충류가 바다로 들어가 다리가 지느러미로 변하고, 새끼를 낳으며 허파로 숨을 쉬는 구조로 바뀌었거든요.


마치 먼 옛날 육지 동물이었다가 바다로 돌아간 현대의 '고래'의 진화 공식과 완전히 똑같습니다. 지구의 진화 역사는 시대를 달리해도 결국 비슷한 정답을 찾아간다는 게 정말 신기하지 않나요?


◆ 과학자들이 영국 해안가 진흙 속에서 지진의 흔적을 찾은 이유


애니멀플래닛public domain/wikimedia


이 '바다 타이탄'이 살았던 시대는 지금으로부터 약 2억 년 전인 삼첩기 말기입니다. 대형 공룡들이 육지를 본격적으로 지배하기 직전의 시기죠.


많은 사람이 고대의 바다는 평화로웠을 거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저도 이 대목에서 가장 놀랐는데, 이 거대한 녀석들이 살던 층을 조사해 보니 당시 엄청난 지진과 해일이 대륙을 덮쳤던 암석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습니다.


게다가 더 안타까운 사실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이 화석이 발견된 퇴적층은 당시 지구상에 대규모 생물 멸종을 가져왔던 격렬한 화산 활동의 시기와 일치합니다.


아무리 바다를 호령하던 25미터짜리 최강의 포식자였다 한들, 행성 전체를 뒤흔드는 대자연의 대멸종 앞에서는 무력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의외였던 건 이 신종 어룡이 지구 역사상 존재했던 거대 어룡들의 '마지막 후예'였다는 점입니다.


이 대멸종의 시기를 지나며 어룡들은 서서히 힘을 잃었고, 나중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목이 긴 '수장룡'에게 바다의 왕좌를 넘겨주게 됩니다.


바다의 절대 군주가 바뀌는 역사의 마지막 순간이 이 영국 해안가 진흙 속에 묻혀 있었다니, 참 묘한 기분이 듭니다.


◆ 2억 년의 침묵을 깨고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애니멀플래닛공룡 시대의 막이 오르기 전 바다를 지배했던 최강 포식자 / 이해를 돕기 위해 만든 AI 생성 이미지


사실 이번 신종 화석이 세상에 빛을 보게 된 것은 우연과 집념이 만들어낸 결과물입니다.


밀물과 썰물이 반복되며 화석이 쉽게 깎여 나가는 거친 영국 해변에서, 연구팀은 몇 년 동안 해안가를 샅샅이 뒤지며 파편들을 모았다고 해요.


수억 년의 세월 동안 부서지지 않고 버텨낸 2미터짜리 턱뼈 조각을 마주했을 때, 그들의 심정은 어땠을까요?


단순한 뼈 조각을 넘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의 지구를 직접 만진 듯한 짜릿함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생각해보면 지구의 역사 속에서 '영원한 지배자'는 단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 옛날 바다를 통째로 집어삼킬 듯했던 이 거대한 어룡들도, 그 뒤를 이은 육지의 공룡들도 결국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무대 뒤로 사라졌으니까요.


막상 앞으로 연구가 더 진행되면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또 다른 지구의 주인이 튀어나올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아파트 높이만 한 거구로 깊은 고대 바다를 헤엄치던 이 거대한 생명체의 모습을 상상해 보니, 지금 우리가 겪는 일상의 고민이나 세상의 변화는 어쩌면 아주 작은 물보라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만약 여러분이 2억 년 전의 바다로 돌아간다면, 고래보다 거대한 이 괴물 어룡과 마주했을 때 과연 어떤 기분이 드실 것 같나요?

장영훈 기자 [hooon@animalpla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