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만 봐도...7500만 년 전 이빨 화석이 증명한 내리사랑

BY 장영훈 기자
2026.07.13 12:41


애니멀플래닛AI dall·e


오늘 아침에 아이 밥을 챙겨주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맛있는 고기 반찬이나 달콤한 과일이 있으면 나도 모르게 아이 접시 앞으로 먼저 밀어주게 되잖아요.


정작 나는 대충 남은 찬밥을 먹으면서도, 아이가 오물오물 잘 먹는 모습만 보면 그것만큼 배부른 게 없죠. 그런데 문득 이런 유난스러운 내리사랑이 도대체 언제부터 시작된 걸까 궁금해졌습니다.


인류가 지구에 등장하기 훨씬 전, 저 먼 옛날 생명체들도 우리와 같은 마음이었을까요?


솔직히 저는 공룡이라고 하면 그저 거대하고 거칠고, 알만 낳아두면 알아서 살아남아야 하는 냉혹한 파충류의 세계만 떠올렸습니다.


그런데 최근 발표된 연구 결과를 보고 정말 온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무려 7500만 년 전 백악기 하늘 아래서도, 지금 우리네 엄마 아빠와 똑같은 행동을 했던 공룡이 있었다고 하네요.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 연구팀이 최근 아주 흥미로운 논문을 발표했는데요. 그들이 주목한 건 몬타나주에서 발견된 '마이아사우라'라는 초식 공룡의 이빨 화석이었습니다.


이 공룡의 이름은 뜻을 풀면 '좋은 엄마 공룡'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이름부터가 벌써 심상치 않죠? 막상 찾아보니 이 녀석들, 진짜 이름값을 제대로 하고 있었습니다.


애니멀플래닛Brian Regal


◆ 직접 찾아보니 어른과 새끼의 이빨이 완전히 달랐던 이유


연구팀은 마이아사우라의 이빨 표면에 남은 미세한 흔적들을 아주 샅샅이 분석했습니다. 우리가 음식을 씹을 때 이빨에 미세한 흠집이 남는 것처럼, 공룡들도 평소에 뭘 먹었느냐에 따라 이빨이 닳는 모양이 완전히 달라지거든요.


그런데 의외였던 건, 한 둥지에서 발견된 어른 공룡과 새끼 공룡의 이빨 상태가 완전히 딴판이었다는 점입니다.


어른 공룡의 이빨은 억센 풀이나 질긴 나뭇가지를 마구 씹어 삼키느라 칼로 잘라낸 듯 거칠게 깎여 있었습니다.


지금으로 치면 소나 말 같은 동물들의 이빨 상태와 비슷했죠. 반면 아주 어린 새끼 공룡의 이빨은 무언가를 짓이겨 짜낸 듯 부드러운 흔적만 가득했습니다.


마치 연한 과일이나 부드러운 잎사귀를 오물거릴 때 생기는 흔적 같았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룡은 알에서 깨어나면 곧바로 사방을 뛰어다니며 스스로 풀을 뜯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번 연구로 그 상상이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부모 공룡은 거칠고 영양가 없는 주변의 풀을 대충 씹어 삼키면서도, 새끼를 위해서는 숲속 깊은 곳을 뒤져 가장 부드럽고 달콤한 열매만 골라 입에 넣어주었던 겁니다.


애니멀플래닛Palaeogeography


◆ 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던 진짜 육아 방식


그렇다면 이 거대한 공룡들은 그 작은 새끼들에게 어떻게 음식을 먹였을까요? 여기서 아주 흥미로운 가설들이 나옵니다.


첫 번째는 부모가 밖에서 열심히 맛있는 과일을 입에 물고 둥지로 돌아와 하나씩 넣어주었다는 의견입니다. 실제로 알에서 갓 깨어난 새끼들은 관절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아 둥지 밖으로 나갈 엄두도 못 냈다고 하니까요.


두 번째는 조금 뭉클하면서도 묘한 가설인데, 바로 '게워내기' 방식입니다. 지금의 펠리컨이나 비둘기처럼 부모 공룡이 먼저 음식을 삼켜서 살짝 소화시킨 뒤, 영양가가 높아진 상태로 새끼의 입에 다시 넣어주었다는 주장입니다.


어떤 방식이었든 간에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자식에게 가장 좋은 영양을 공급해 어떻게든 빠르게 성장시키려 했던 눈물겨운 노력이 이빨 화석에 고스란히 박혀있다는 사실이죠.


개인적으로는 이 대목에서 눈물이 핑 돌 뻔했습니다. 7500만 년이라는 무시무시한 시간의 벽을 넘어, 지금 내가 내 아이를 바라보는 그 시선이 백악기 거대 동물에게도 그대로 존재했다는 게 믿어지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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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까지 읽고 나서야 비로소 이해된 새들의 비밀


우리는 흔히 둥지에서 지저귀는 새끼 새들에게 벌레를 물어다 주는 어미 새의 모습을 보며 지극한 모성애를 떠올립니다.


그런데 이번 연구를 이끈 존 헌터 준교수는 아주 짜릿한 한마디를 던졌습니다. "새끼에게 먹이를 주려는 조류의 충동은 아주 오래된 본능이다. 그 기원은 새가 나타나기 훨씬 전, 공룡의 시대부터 이미 시작되었다."


맞습니다. 현대의 새들은 사실 공룡의 직계 후손이잖아요. 우리가 흔히 '새들의 전유물'이라 여겼던 그 눈물겨운 육아 본능은, 사실 하늘을 나는 깃털이 생기기 훨씬 전부터 공룡의 피 속에 흐르고 있었던 고유한 유산이었던 셈입니다.


지구의 주인이라는 타이틀은 진작에 내려놓고 화석으로만 남은 그들이지만, 자식을 향했던 따뜻한 온기만큼은 수천만 년을 버텨내어 오늘날 우리에게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비가 쏟아지고 거대한 포식자들이 으르렁거리던 그 무서운 백악기 한복판에서, 새끼를 품에 안고 열심히 과일을 으깨어 먹였을 엄마 공룡의 모습이 상상되시나요?


동물이나 사람이나, 예나 지금이나 자식을 향한 마음은 정말 다 똑같은 것 같습니다. 혹시 오늘 퇴근길에는 아이가 좋아하는 간식을 조금 더 다정하게 챙겨가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장영훈 기자 [hooon@animalpla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