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 없는 암사자인 줄 알고 몰래 다가간 숫사자가 심장 철렁해 도망간 이유

BY 하명진 기자
2025.10.26 04:53

애니멀플래닛@LionSightings


한 마리의 늠름한 숫사자가 털썩 누워 있는 암사자에게 슬금슬금 다가가기 시작합니다. 


평소 같으면 만인의 왕으로 군림하며 위풍당당했을 그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마치 몰래 간식을 훔치려는 고양이처럼 잔뜩 몸을 낮춘 채 조심스럽기 그지없는 모습입니다. 


사나운 맹수라는 명성이 무색하게, 그는 눈치를 살피느라 한없이 나약해진 수컷에 불과해 보였습니다.


애니멀플래닛누워있는 암사자에게 다가가는 숫사자 / @LionSightings


애니멀플래닛암사자에게 거의 다 다가온 숫사자 / @LionSightings


가만히 보면 그 모습이 어찌나 우스꽝스러운지, 초원의 왕이 암사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저토록 조심하는 장면은 참으로 진귀한 풍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분명 이 숫사자에게는 모종의 목적이 있는 듯 보였습니다. 아마도 매력적인 암사자와 커플이 되거나 짝짓기를 시도하려는 달콤한 계획을 품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는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릴까 두려운 듯, 느리고 은밀하게 거리를 좁혀 나갔습니다.


애니멀플래닛암사자 옆에 다른 숫사자와 눈이 마주친 숫사자 / @LionSightings


애니멀플래닛암사자 남친 보고 당황한 숫사자 / @LionSightings


마침내 암사자에게 거의 다가섰을 무렵, 정적인 분위기를 깨고 암사자가 슬며시 고개를 들어 숫사자와 눈을 마주쳤습니다. 


순간 로맨틱한 분위기가 터져 나올 것이라 상상했지만, 곧바로 암사자의 곁에서 으르렁거리는 또 다른 거대한 숫사자의 얼굴이 함께 불쑥 나타났습니다! 


아니 글쎄, 알고 보니 이 암사자는 이미 초원의 진정한 왕을 짝으로 둔, 임자 있는 몸이었던 것입니다.


애니멀플래닛결국 도망가는 숫사자 / @LionSightings


애니멀플래닛잔뜩 후회하는 숫사자 @LionSightings


순식간에 상황이 급변하자, 낭만적인 꿈에 부풀었던 숫사자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을 것입니다. 


그는 벌떡 일어나 자신을 위협하는 암사자의 '남친'에게 잔뜩 쫄아버린 채, 미련 없이 꽁무니를 빼고 달아나는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무시무시한 정글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짝사랑에 실패한 우스꽝스러운 청년의 코미디 한 장면을 보는 듯했습니다. 


초원의 왕도 사랑 앞에서는 어쩔 수 없이 나약한 존재임을 보여주는, 재미있고 유쾌한 반전이었습니다.

하명진 기자 [zipsa@animalpla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