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동물원 시베리아 호랑이 이호 / instagram_@cheongjuzoo
혹시 호랑이가 사람을 반갑게 맞이해준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나요?
무서운 맹수로만 알려진 호랑이지만 청주동물원에는 사람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다정하게 다가오던 아주 특별한 시베리아 호랑이가 살고 있었습니다.
무려 20년 동안 많은 어린이와 시민들에게 꿈과 용기를 주었던 이호라는 이름의 호랑이입니다. 최근 이호가 긴 여행을 마치고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많은 사람을 슬프게 하는데요.
호랑이 이호는 지난 2006년 청주동물원에서 태어나 평생을 이곳에서 보낸 토박이 호랑이입니다. 오빠인 호붐이, 언니인 호순이와 함께 삼남매로 자라며 청주의 마스코트로 큰 사랑을 받았죠.
보통 야생 호랑이는 10년에서 13년 정도를 살고 동물원에서도 15년 정도 살면 아주 오래 산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호랑이 이호는 무려 20년이라는 긴 시간을 우리 곁에서 건강하게 지내주었죠.
청주동물원 시베리아 호랑이 이호 / instagram_@cheongjuzoo
이는 사육사님들의 정성 어린 돌봄과 이호를 아껴준 관람객들의 사랑 덕분에 가능했던 기적 같은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흐르는 세월은 호랑이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지난주 월요일, 평소보다 힘이 없어 보이는 이호의 모습에 사육사님들은 걱정이 컸습니다.
하지만 사육사님이 이름을 부르자 이호는 마지막 힘을 내어 다가왔고 철창에 몸을 비비며 평소처럼 착한 표정으로 앉아 인사를 건넸다고 합니다.
야생의 강인한 생명력으로 다시 일어날 줄 알았지만 이호는 지난 24일 정오 무렵 조용히 숨을 거두었습니다. 작년에 먼저 떠난 오빠 호붐이를 만나러 하늘나라로 긴 산책을 떠난 셈입니다.
호랑이 이호가 속한 시베리아 호랑이는 우리에게 백두산 호랑이 혹은 한국호랑이라는 친숙한 이름으로도 불립니다.
청주동물원 시베리아 호랑이 이호 / instagram_@cheongjuzoo
지구상에서 가장 큰 호랑이 종이지만 지금은 전 세계에 단 600마리 정도밖에 남지 않은 아주 귀한 멸종 위기 동물입니다.
서식지가 파괴되고 사냥꾼들에게 쫓기며 사라져가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 청주동물원은 멸종 위기 동물 보전 기관으로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이호는 그 중심에서 우리에게 자연 보호의 중요성을 몸소 가르쳐준 소중한 스승이기도 했습니다.
청주동물원 측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20년 동안 먼저 다가와 반겨줘서 정말 고마웠고 나이 든 몸으로 마지막까지 힘을 내게 해서 미안하다"며 진심 어린 추모의 글을 올렸습니다.
이제 삼남매 중 막내인 이호까지 떠나고 언니 호순이만 홀로 남게 되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호랑이 이호는 떠났지만 녀석이 보여주었던 웅장한 기상과 다정한 눈빛은 오랫동안 우리 마음속에 남아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