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일 만의 물꼬… 호르무즈 해협 갇혔던 우리 초대형 유조선 첫 탈출 성공

BY 하명진 기자
2026.05.21 06:30

애니멀플래닛기사의 이해를 돕기위해 AI로 제작된 이미지입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기로 세계 최대의 해상 유통로에 고립되어 있던 우리 국적 선박이 마침내 봉쇄를 뚫고 첫 통과에 성공하면서, 한국 정유 수급과 해운 업계에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외교부는 중동 분쟁 개시 이후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여 있던 한국 선박 1척이 이란 당국과의 긴밀한 외교적 협의를 거쳐 안전하게 해협을 통과한 뒤 항행을 지속하고 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미국과 이란 간의 물리적 충돌이 본격화된 이후 한국 선박이 해당 해협을 무사히 벗어난 것은 이번이 최초입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한 조현 외교부 장관 역시 우리 선박이 매우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이동을 시작했다고 설명하며, 해당 유조선에 약 200만 배럴의 원유가 적재되어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이번에 극적으로 사투를 벌여 탈출한 선박은 HMM이 운영하는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유니버설 위너호'로 확인되었습니다. 한국인 선원 9명을 포함해 총 21명이 탑승한 이 선박은 당초 쿠웨이트산 원유를 수송하기 위해 중동으로 향했다가 예기치 못한 전면전 확산으로 해협 내에 고립되었습니다. 


주이란 한국대사관을 통해 통항이 가능하다는 이란 측의 확약을 받은 유니버설 위너호는 다른 국가 선박들의 안전 경로를 따라 운항 중이며, 오는 6월 10일 전후로 울산항에 무사히 입항할 예정입니다.


특히 이번 통과는 이란이 요구해 온 통항료나 별도의 대가성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이뤄낸 순수한 정부 간 외교 교섭의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습니다. 앞서 미국 재무부는 이란에 통항료를 내는 선박에 대해 강력한 금융 제재를 예고해 우리 선사들이 이동을 극도로 꺼려왔으나, 이번 조치는 사전에 미국 측과 긴밀한 조율을 거쳐 제재 리스크를 완벽히 차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외교부는 최근 드론 공격을 받아 선원 1명이 부상을 입었던 또 다른 한국 선박 '나무호' 피격 사건을 협상의 지렛대로 삼은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 안팎에는 여전히 25척에 달하는 한국 관련 선박들이 긴장 속에 갇혀 있는 상태입니다. 외교부 관계자는 한국인 선원의 탑승 규모와 국내 에너지 수급에 직결되는 화물의 중요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철수 우선순위를 전면 재정비했다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첫 물꼬를 튼 이번 유니버설 위너호의 사례를 바탕으로 남아있는 선박들의 안전한 자유 통항을 이끌어내기 위해 이란 측과의 추가 외교 협상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입니다.

하명진 기자 [zipsa@animalpla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