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에 죽기직전인 물소가 도와달라 울부짖자 도망갔던 친구들이 돌아왔다

BY 하명진 기자
2025.09.20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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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리의 젊은 물소가 두 사자에게 포위되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한 마리의 사자가 달려들어 목덜미를 노렸습니다. 


맹렬한 공격에 물소는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이내 다른 사자 한 마리마저 합세하며 상황은 절망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주변에는 몸을 숨길 곳도, 피할 힘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얼마 전까지 함께 풀을 뜯던 무리들은 이미 멀리 달아나 버린 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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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들은 물소의 등과 엉덩이를 번갈아 물어뜯으며, 서서히 물소의 생명을 갉아먹고 있었습니다.


온몸의 근육이 끊어질 듯한 고통 속에서도 물소는 흙먼지를 일으키며 마지막까지 거친 숨을 몰아쉬었습니다. 


살고자 하는 의지가 너무나도 강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간은 야속하게도 사자들의 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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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진맥진해진 물소는 결국 무릎을 꿇고 말았습니다. 모든 힘이 빠져나가고, 눈앞이 흐릿해지는 순간, 물소는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절규하듯 울부짖었습니다.


그 울음소리는 자신을 버리고 도망갔던 친구들에게 보내는 간절한 신호였습니다.


바로 그때,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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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발치로 달아났던 물소 떼가 갑자기 방향을 틀어 미친 듯이 달려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의 눈빛에는 분노와 결의가 가득했습니다. 땅을 울리는 굉음과 함께 달려온 친구들은 사냥에 몰두해 있던 사자들을 향해 뿔을 세우고 돌진했습니다. 


그들을 발견한 사자들은 순간 당황하여 사냥감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물소 떼의 끈질긴 공격에 사자들은 결국 사냥을 포기하고 주변을 맴돌다 이내 황급히 달아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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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서 벗어난 물소는 친구들의 보호 속에서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그들은 한동안 곁을 떠나지 않고 상처 입은 친구를 지켜주었습니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포기하지 않았던 물소의 강인한 의지와, 친구의 마지막 외침을 외면하지 않았던 물소 떼의 진한 우정이 만들어낸 감동적인 반전이었습니다.


동물학자들은 아프리카물소(Cape Buffalo)를 사자보다 무서운 존재로 꼽기도 합니다. 이는 그들이 가진 뛰어난 집단 지성과 의리 때문입니다.


무리 중 한 마리가 위험에 처하면, 다른 물소들은 즉시 구조에 나섭니다. 특히 사자가 새끼나 동료를 공격할 때, 물소 떼는 뿔을 이용한 강력한 공격으로 사자를 오히려 쫓아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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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행동은 다른 초식동물에게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모습입니다. 전문가들은 물소의 이러한 행동 양식을 '호혜적 이타주의(Reciprocal Altruism)'로 설명합니다. 


즉, '내가 너를 도우면, 훗날 너도 나를 도울 것'이라는 무의식적인 학습과 본능이 강력한 연대를 형성하여 생존에 유리한 전략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것입니다. 


위 사진 속 물소들의 극적인 귀환은 이러한 물소 특유의 강한 사회적 유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하명진 기자 [zipsa@animalpla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