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CatJunket
사자 한 마리가 구석진 건물 벽 옆에서 맛있는 식사에 푹 빠져 있습니다. 커다란 몸집을 뉘이고 고기에 집중하는 사자의 등 뒤로, 노련한 사냥꾼의 기운을 풍기는 호랑이 한 마리가 조용히 걸어오고 있습니다.
호랑이의 움직임은 매우 은밀합니다. 풀밭 위를 밟는 발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듯 조심스럽게, 슬금슬금 사자에게 다가가는 모습은 보는 이들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립니다.
곧바로 천하의 맹수 둘 사이에 치열한 결투가 벌어질 것만 같습니다. 웅장한 울음소리가 터져 나오고, 피 튀기는 싸움이 시작될 듯한 살벌한 분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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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는 거침없이 거리를 좁혀, 어느덧 사자의 엉덩이 바로 뒤까지 다가섰습니다.
이제 사자가 뒤돌아보기만 하면 바로 충돌할 거리! 그때였습니다. 사자가 드디어 식사를 멈추고 천천히 고개를 돌립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예상했던 맹렬한 포효나 위협적인 자세는 없었습니다. 사자는 곁에 있는 호랑이에게 전혀 화를 내지 않습니다.
심지어 호랑이 역시 사자를 공격하거나 먹이를 빼앗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습니다. 그저 사자와 몇 걸음 떨어진 채, 멀뚱멀뚱 다른 곳을 바라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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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대화라도 나눈 듯, 호랑이는 잠시 사자를 응시하더니 이내 바닥에 완전히 몸을 뉘여버립니다. 사자가 식사를 마칠 때까지 뒤에서 조용히 기다릴 작정인 것 같습니다.
금방이라도 으르렁거릴 것 같던 두 맹수의 대치는 의외로 너무나 평화로운 휴전으로 끝났습니다. 왕 중의 왕으로 불리는 두 맹수 사이에 벌어진, 예상치 못한 반전의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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