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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박쥐라고 하면 어둡고 축축한 동굴 속에서 검은 날개를 펼치는 음침한 존재를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여기, 이러한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뜨리는 동화 속 요정 같은 생명체가 있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바로 폭신한 새하얀 털뭉치 같은 몸통에 샛노란 코와 귀로 포인트를 준 온두라스 흰 박쥐(Honduran White Bat)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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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은 생명체의 정체는 주걱박쥐과에 속하는 희귀종으로, 마치 노란색 색소를 입힌 듯한 독특한 색깔 때문에 보는 이들에게는 '황금 개나리 박쥐'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전체 몸길이가 겨우 4~5cm에 불과하며, 몸무게도 5~6g밖에 나가지 않는 이 앙증맞은 존재는 열대 우림의 큰 나뭇잎 밑에 매달려 지내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들은 무서운 포식자를 피해 헬리코니아(Heliconia) 같은 넓은 잎의 잎맥을 이빨로 잘라 아래로 접히게 만들어 천막 모양의 쉼터를 만들어 생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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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온두라스 흰 박쥐는 작은 체구와 독특한 외모 덕분에 귀여움이 곧 무기가 될 것 같지만, 안타깝게도 이 독보적인 생김새가 오히려 이들에게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바로 희귀종을 노리는 밀렵꾼들의 표적이 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서식지인 열대우림의 파괴가 가속화되면서, 이들은 현재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서 '취약 근접종(Near Threatened, NT)'으로 분류되어 보호가 시급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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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노란 코와 귀는 박쥐가 즐겨 먹는 무화과의 특정 종(Ficus colubrinae)에 함유된 카로티노이드라는 노란색 색소가 체내에 쌓여 발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즉, 이 귀여운 노란색은 건강한 먹이 활동의 결과이자 그들이 살아가는 환경의 지표이기도 합니다.
현재 이 귀한 생명체들은 밀렵 등의 위협을 피해 온두라스, 니카라과뿐만 아니라 코스타리카 등의 자연 보호 구역에서 숨어 살며 생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작고 사랑스러운 솜뭉치가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도록 서식지 보전과 지속적인 관심이 절실히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