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mshaWaheed-es6th
한낮의 태양이 조금씩 기울어가는 시간입니다. 야생의 숨결을 가장 가까이에서 포착하려는 사진작가 한 분이 사파리 차량에 앉아 카메라를 손에 쥐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 순간, 숨 막힐 듯한 장면이 눈앞에서 펼쳐졌습니다.
갈기가 풍성한 거대한 수사자 한 마리가 그들의 차량으로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놀랍게도 차 옆면에 앞발을 턱 걸치고 멈춰 섰습니다.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를 만난 것처럼, 사자는 매우 익숙한 태도로 차량에 기대어 섰습니다.
사진작가를 신기하게 쳐다보는 사자 @RimshaWaheed-es6th
사진작가님은 그야말로 얼음이 된 듯 움직임을 멈췄습니다. 사자의 거대한 얼굴이 바로 코앞, 정말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서 자신을 뚫어지라 응시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야생 동물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면서도, 동시에 온몸의 피가 멈추는 듯한 극도의 공포가 순식간에 밀려왔습니다.
'세상에, 이 멋진 장면을 찍어야 해!' 하는 작가적 본능과 '혹시라도 이 녀석이 갑자기 날 공격하면 어떡하지?' 하는 원초적인 두려움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점점 다가오는 사자의 얼굴 @RimshaWaheed-es6th
사자의 굵은 털, 커다란 눈, 그리고 가쁜 숨소리까지 느껴지는 초근접 상황. 작가님은 자리에서 피할 수도, 소리를 낼 수도 없어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버렸습니다.
식은땀이 온몸을 적시는 듯한, 1분 같은 1초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던 순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꽝!
갑자기 사자가 무엇엔가 화들짝 놀란 듯, 엄청난 기세로 펄쩍 뛰어 차에서 멀리 도망가 버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야말로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순간이었습니다.
순식간에 도망가는 사자 @RimshaWaheed-es6th
갑작스런 사자 행동에 놀란 사진작가 @RimshaWaheed-es6th
사자가 갑자기 공격적으로 변한 것도 아닌데, 스스로 놀라서 달아나는 바람에 작가님은 영문도 모른 채 놀이기구에서 수직 낙하하는 듯한 충격과 혼란을 느껴야 했습니다.
이 예상치 못한 결말에 사파리 차량에 있던 모두가 경악했지만, 이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알고 보니 이 용맹해 보이던 정글의 왕은 생각보다 소심한 면이 있었나 봅니다.
사냥을 위해 다가온 것이 아니라, 단지 사람들의 차량이 궁금했던 모양인데, 작은 소리나 움직임에도 쉽게 겁을 먹는 '겁쟁이 사자'였던 것이죠.
야생의 왕 사자도 때로는 우리처럼 깜짝 놀라 도망치는 평범한 동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 평생 잊지 못할 아찔하고 재미있는 사파리 경험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