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얼룩말 돌볼 때마다 사육사들이 '얼룩말 무늬' 옷을 입는 이유

BY 하명진 기자
2026.01.11 08:34

애니멀플래닛facebook_@SheldrickTrust


아프리카 케냐의 셰드릭 야생동물 보호단체(Sheldrick Wildlife Trust)에서는 사육사들이 매일같이 얼룩말 무늬가 화려하게 새겨진 특수 의상을 입고 업무를 봅니다. 


이들이 패션을 위해 이런 옷을 선택한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 이면에는 홀로 남겨진 어린 생명을 살리기 위한 가슴 뭉클한 노력이 숨겨져 있습니다.


사연의 주인공은 태어난 지 며칠 만에 사자 무리의 공격으로 어미를 잃은 아기 얼룩말입니다. 


당시 인근을 지나던 유목민의 도움으로 극적으로 구조된 녀석은 현재 보호소의 세심한 보살핌을 받고 있는데요. 문제는 얼룩말의 독특한 생존 방식에 있었습니다.


애니멀플래닛facebook_@SheldrickTrust


얼룩말은 모성애가 매우 강할 뿐만 아니라, 갓 태어난 새끼가 어미의 줄무늬 패턴을 기억해 유대감을 형성하는 본능이 있습니다. 


어미를 잃은 슬픔은 아기 얼룩말에게 단순한 외로움을 넘어 생존을 위협하는 거대한 절망과도 같았습니다.


이에 보호소 측은 기발하면서도 정성 어린 대안을 마련했습니다. 사육사들이 돌아가며 얼룩말 줄무늬 셔츠를 입고 아기 얼룩말 곁을 지키기로 한 것입니다.


특정 한 명의 사육사에게만 의존하지 않도록 여러 직원이 같은 옷을 입고 교대로 돌보며, 녀석이 줄무늬를 가진 존재를 자신의 ‘엄마’이자 ‘동족’으로 인식하게끔 유도하고 있습니다.


애니멀플래닛facebook_@SheldrickTrust


사육사들이 땀 흘리며 줄무늬 옷을 갈아입는 이유는 단 하나, 아기 얼룩말이 심리적 안정을 찾고 스스로 살아갈 힘을 얻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어미의 따스한 품을 대신해 줄 수는 없지만, 사육사들은 옷을 통해서라도 지극한 사랑을 전달하며 녀석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무정한 야생의 법칙 아래 어미를 잃고 눈물짓던 아기 얼룩말이, 사육사들의 헌신적인 돌봄 덕분에 다시 기운을 차리고 초원을 누빌 날을 기다려 봅니다. 


생명을 향한 인간의 따뜻한 배려가 척박한 아프리카 대륙에 작은 기적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하명진 기자 [zipsa@animalplanet.co.kr]